PROFILE


Solo Exhibition
2020
KCDF Craft & Design Artist Contest Solo Exhibition, ‘Natural Phenomena’, KCDF Gallery, Seoul (Korea)
2015
‘Enrich Your Soul’, Yeonkyung Kim Invited Solo Exhibition, Ho ok hee Gallery, Seoul (Korea)
2013
The 3rd Gemstone carving exhibition by Yeonkyung Kim 'Carve in the depth of my soul', Gallery Jung, Yongin (Korea)
2009
The 2nd gemstone jewelry exhibition by Yeonkyung Kim 'Capturing Light', Topohaus, Seoul (Korea)
2006
The 1st solo exhibition of Yeonkyung Kim  "Variation, reflection and transparency", Gana art space, Seoul (Korea)

보석(寶石)의 본질을 탐구하는 공예가      김연경

공예가 김연경은 원석(原石)을 다룬다. 특정 산지에서 채취한 천연석(天然石)을 구해 재단하고 연마하여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보석(寶石)을 제작하는 것이다. 굳은 손끝을 지닌 작가는 암석처럼 단단한 성질을 지닌 원석을 준비하고, 도전하는 마음으로 형태를 다듬으며 보석 공예가의 길을 걷는다.
원석은 지구의 지질작용을 통해 생성되는 광물이다. 자연적으로 산출되는 결정질 광물 중 아름답고, 내구성을 가지며, 산출이 희귀한 광석(鑛石)이 작업의 재료로 선택된다. 작가는 백수정(Rock Crystal), 토파즈(Topaz), 자수정(Amethyst)처럼 투명한 광물과 마노(Agate), 오닉스(Onyx), 단백석(Cacholong)처럼 불투명한 광물을 두루 사용한다. 공예 재료로 선택한 원석은 표면을 자르거나 깎아내는 절삭(切削)으로만 변형이 가능한데, 김연경 작가는 광물의 투명도에 따라 서로 다른 작업 경향을 보인다. 재료의 특징을 파악하고 작품의 구상과 제작을 함께 수행하는 공예적 작업 방식을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가 투명한 원석을 다룰 때는 빛의 투과와 반사를 염두에 두고 작업한다. 윤곽선은 직선을 기본으로 비정형 다각형을 이루고, 내부는 다양하게 맞물린 면으로 분할 구성한다. 오랜 연마 과정을 통해 투명한 반짝임을 획득한 작품은 면의 중첩으로 깊이감을 강조하고 다양한 각도로 빛을 반사하며 광택을 배가시킨다. 투명한 보석 내부를 조각한 후 일부 무광 처리한 작품은 하나의 원석 속에 매끄러움과 거침, 빛과 그림자를 대조시키며 조형적 긴장감을 드러낸다.
작가가 불투명한 원석을 다룰 때는 작품의 형상을 중심으로 작업한다. 윤곽선은 곡선을 기본으로 복잡한 비정형을 이루고, 내부에는 외곽선을 따라 추상적인 형태를 투각(透刻) 한다. 치밀한 밀도를 가진 불투명 원석을 구조적으로 깎아내기 위해 산업용 도구를 활용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 완성된 작품의 단면은 45도나 60도 등 균일한 각을 지닌다. 작가는 자연에서 비롯된 원석을 풍화와 침식과 같은 자연현상으로 가공하는 모습을 상상하고 비스듬한 단면 표현을 실험한다.
김연경 작가가 20여 년 동안 투박하고 경도(硬度) 높은 원석을 끊임없이 깎아내고 연마해 온 과정에는 재료가 지닌 고유의 본질을 탐구하고자 하는 고집이 담겨있다. 작가는 다양한 종류의 원석을 마주하고, 주어진 형태와 결을 관찰하며, 독창적인 상상력을 구현해 나간다. 원재료를 이해하고 효율적인 가공법을 찾기 위해 새로운 도구의 활용을 탐험하는 노력은 재료, 기술, 형태가 조화를 이룬 작품으로 완성된다. 김연경 작가의 다채로운 작품을 통해 규격화된 나석(裸石) 형태에 익숙해진 관람객들이 새로운 보석 공예를 경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오가영(KCDF 갤러리 큐레이터)



‌Natural Phenomena

 자연이 창조한 아름다움의 근원으로 돌아가며
 우연히 길을 걷다 발에 치이는 작은 돌멩이를 주웠습니다. 손바닥 위에는 자연 그 자체, 바람과 물에 다듬어진 작은 에너지가 있었습니다. 동그란 질감. 그것은 보석을 연마할 때 느끼는 긴장감, 차갑게 날이 서 있던 순간과는 다른 안도감이었습니다. 보석의 투명함이 깨질까 꿈에서조차 긴장을 놓을 수 없던 시절의 저를 정서적으로 회복시켜 주었습니다. 그날의 감흥은 작품을 대하는 정신을 환기시키고 조형적 지형을 다시 재편하는 새로운 영감이 되었습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연의 움직임을 담기 위하여
 물, 공기, 식물, 중력 등의 자연현상은 암석을 작은 돌과 모래, 흙으로 변하게 만듭니다. 파도는 해안가의 지형을 변하게 하고 모래바람은 사막의 모습을 시시각각 바꿔 놓습니다. 자연은 머무르거나 안주하지 않습니다. 끊임없이 움직여서 매 순간 새로운 창조물을 우리에게 선보입니다.
 자연이 스스로 보석을 만들어낸다면 어떨까? 바람과 파도, 빗물 등 자연의 에너지로부터 탄생한 보석을 마주하면 어떨까? 이런 즐거운 상상을 실현하기 위한 작업은 그 자체로 큰 도전이자 치유였습니다.
점진적으로 도출되고 비스듬히 후퇴하는 형상은 지형학적 융기와 침강을 함축적으로 의미하고 있습니다. 작품 윗면의 매끈함과 원석 그대로의 색과 질감이 노출된 경사면이 동시에 보이면 독특한 공간감이 연출되곤 합니다.
 작은 시도들이 오랜 기간 상업성에 지배되어 온, 규격화된 보석만을 아름답게 치부하는 관습화된 시각들에 색다른 경험을 더할 수 있다면 큰 기쁨일 것입니다. 보석 조형을 바라보는 낯설지만 새로운 미학적 시선을 경험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2020.5  김연경



‌인간이 원석을 발견한 이후 연마 기술은 보석과 조각을 탄생시켰습니다. 투명한 돌은 제식의 의미로, 보석은 권력과 부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보석 커팅은 고대에도 있었지만 르네상스 시기에 선원근법과 플라톤의 입체가 발달하면서 정다면체, 특히 정팔면체와 정십이면체가 이상적인 커팅으로 간주되었고, 보석 커팅의 역사가 시작되었습니다.
17세기 말 베네치아의 빈센트 페루찌가 발명한 브릴리언트 컷(Brilliant Cut)은 다이아몬드의 광채를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고전적인 컷이지만, 오늘날까지도 만연히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는 커팅의 근본 원리가 수백 년간 거의 변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입니다. 1960년대 포스트모던과 탈물질주의 영향으로 현대 장신구의 개념이 새롭게 구축되었지만 프리드리히 베커와 같은 작가들만이 보석을 창의성을 자극하는 소재로써 여겼습니다.
 1970년대 초에 이르러 독일의 베른트 문슈타이너가 브릴리언트 컷의 근원적 변화가 필요함을 느꼈고 보석이라는 소재와 커팅 기술에 대한 관습화된 시각을 거부하게 됩니다. 이는 수세기 동안 지속된 관행으로부터의 분리였고, 전통적 기초 위에 시도된 물질의 미학적, 물리적 특성에 대한 실험적 탐구였으며 인체와의 조우였습니다. 그를 주축으로 창의적으로 연마된 보석 오브제 또는 보석 장신구가 차츰 체계화되었고, 미학적 개념을 구축하면서 예술의 주재료로써의 보석이 드디어 르네상스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현대의 장신구 작가들은 시장가치의 기준이 되는 보석의 중량, 컬러, 무결점, 연마, 희소성 등의 기준을 넘어 자연 색채, 내포물, 결정 구조상의 결점 등 결정 본연의 형태에 집중하게 됩니다. 불순물로 여겨지던 결정 표면의 균열 같은 광물의 자연적 형태 또한 살아있는 소재로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저 또한 일정 공식을 토대로 연마하는 정형화된 보석이 아닌 원석 자체를 직접 디자인하고 연마하여 본질적인 차이가 드러나는 새로운 보석 형상을 추구합니다.
투명한 결정(Crystal)은 작품의 소재이자 조형의 근간이 되고, 빛은 작품에서 생명력을 주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빛은 굴절 및 반사되면서 흥미로운 3차원 효과를 만들어 냅니다. 빛은 보석의 평면과 만나면 하나의 방향으로 반사되지만, 곡면에서는 여러 방향으로 흩어져 광채를 더욱 돋보이게 만듭니다. 빛을 투과하는 결정의 고유한 물성 탐구를 토대로 연마한 보석과 빛의 자연스러운 상호작용은 저의 모든 작품을 아우르는 중요한 테마입니다.
 ‘보석’하면 떠오르는 표준화된 원형(round) 브릴리언트컷의 도식화된 이미지를 다양한 커팅 실험으로 변주하고 재해석해 자율적이고 현대적인 보석 장신구로 가시화하고자 하였습니다.
규격화된 원형은 Freeform Cut에서 비대칭적으로 변형되고, 58개 면(facets)의 정교한 배열은 해체되어 다양한 크기의 면으로 증감됩니다. 유선형으로 비틀어진 거들 면을 따라 크라운(crown)과 파빌리온(pavilion)의 경계가 사라진 곳에서는 수학적으로 계산된 광채는 사라지지만 의도된 불균형의 조화와 불완전함의 아름다움이 드러납니다.
보석 내외부에 음각으로 깊게 커팅 된 비정형의 곡면은 예측할 수 없는 굴절률로 새로운 조형미의 시각적 감흥도 선사할 것입니다. 파빌리온 내부에 조각된 선과 면을 따라 흐르는 빛의 움직임은 여러 각도의 시선을 유도하고 비로소 숨겨진 다양한 표정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주변에 범람하는 획일화된 美(아름다움)가 무의미하게 다가온다면 기존의 상업적 틀을 벗어난 다양한 보석 미학의 새로운 담론을 자유롭게 교감하시고 반겨주셔도 좋겠습니다.


2020. 05  김연경 

어린 시절, 저녁에 침대에서 갖고 놀던 손전등은 어둠을 물리치는 무기가 되었고 하얀 벽에 빛을 그리는 붓이 되었습니다. 작은 불빛이 끝없는 밤하늘의 어둠 속으로 잠식되는 것을 보며 침묵마저 흡수하는 ‘무한’을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소천하신 어머니께서 하늘에 계시다는 신앙적인 소망을 품었지만, 간혹 나의 무의식 속에서는 어머니가 캄캄하고 아득한 심연의 ‘무한 세계’로 가버리신 것처럼 다가올 때도 있습니다. 풍상(風霜)과 무상(無常) 속, 스스로 영겁의 세월을 견디며 자신의 속성을 지킨 이 돌은 정말 영원불멸한가. 심비(心碑)에 깊게 새겨진 아름다운 기억의 편린, 찰나를 영원히 지속시키고 싶은 나의 마음은 소멸하는 육신의 한계를 넘기 위해 돌의 표면에 형상을 새기던 옛 선조의 정신과 같은가. 원석의 표피를 다듬는 나의 행위는 영원성의 본질에 접근하고 싶은 것인가. 순간적인 삶을 깊게 뿌리 내리려는 정착본능은 아닌가. 수많은 질문이 생깁니다.
나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싶은 실존적인 표현인지, 옛 거장들이 추구했던 ‘생명력’ 있는 작품 구현의 바람인지 알 수 없지만 유한과 무한 사이에 존재하는 내가 언젠가 시간의 심연 속으로 들어설 때, 과연 세상에 어떤 흔적을 남길 수 있을지는 스스로에게 가장 중요한 질문입니다.

자연에서 원석처럼 견고하고 내구적이며 진정성을 갖춘 재료는 없는 것 같습니다. 모태인 지구가 품었던 원석의 속살을 다듬어 새로움을 창조하는 것은 자연의 맥박에 다가가는 듯 한 일종의 경외감과 숭고함마저 경험하게 합니다. 자연이 온전히 안으로 응결된 결정체가 작가의 삶마저 오롯이 원석 안으로 응결시키길 원하는 것 같습니다. 세상의 속도와 달리 한 겹씩 쌓여 형성된 원석처럼 작가는 매 단계 작업에 모든 삶을 맞추며 살아가게 됩니다.
원석 연마는 그 다양한 구조와 상태, 물리적, 광학적 성질을 정확히 연구해야 하기 때문에 이론적 지식과 논리적 접근이 우선인 영역입니다. 동일한 원석은 존재하지 않기에 디자인과 연마의 결정을 위한 정확한 감각도 필요로 합니다. 또한 원석은 물질적 저항력이 강해서 작가의 의도나 사유를 반영하기에 자유로운 소재가 아닙니다. 원석 가공은 생각을 즉흥적, 직관적으로 발현해서 형태를 표현하거나 작업 중 발생하는 우연의 효과 등을 바랄 수 있는 타 재료의 물성과는 현격한 차이가 있습니다. 가끔 작가는 극한 의지까지 시험당하는 한계에 직면해 ‘타협’을 강요받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지점이야말로 새로운 차원의 작업으로 지평을 넓힐 수 있는 임계점이 아닐까요? 따라서 원석은 기대감을 갖게 하는 도전적인 소재이기도 합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투명한 원석과 불투명한 원석을 모두 사용했습니다. 저에게 ‘투명함’은 예전 작업부터 큰 화두였습니다. 투명은 곧 비어 있음이며 존재와 비존재의 경계로의 초월을 전제로 합니다. 투명의 추상성은 구체적인 재료를 다루는 작가 입장에서 물리적으로 ‘투명한 원석’으로 치환이 가능합니다. 투명한 원석은 본질상 순수, 불변이라는 특징을 가지며 그 결과물 역시 타 재료에 비해 ‘직접적’입니다. 그러나 그 투명함이 주는 빈 공간의 침묵을 깨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기 때문에 여러 형태의 2차원적 이미지로 조각하였습니다. 또한 작품의 생명력은 빛에 근원을 두고 있습니다. 빛의 흐름과 착용자의 움직임에 따라 조각 이미지와 그림자가 세심하고 다양하게 반응하며, 이는 작품에 풍부한 표정을 더해 보는 이로 하여금 새로운 모습을 느끼게 합니다. 다양성을 추구하는 작업 세계에 중요한 가치 부여가 아닐 수 없습니다.
불투명한 원석은 빛을 내부로 흡수하는 성질이 있습니다. 광을 더하는 가공은 원석 자체의 특성을 드러내는 단계인데 빛에 대한 상관성이 높아집니다. 오닉스, 아게이트 등을 연마하여 광을 내면 빛이 외부로 강하게 반응하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작품들은 원석 조각의 영역에서 ‘깎아내기’라는 물성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원석 표면에 깊이 변화를 주어 양각과 음각을 만든 후 광으로 마감하면, 이미지가 새겨진 양각 부분만 빛에 반응해 광과 무광의 대조를 만드는 표면의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원석의 실제 면을 인위적인 가공으로 깎아내는 것이지만, 깎여진 노출면은 원석 본래의 자연 질감 그대로입니다. 원석이라는 재료의 치밀한 밀도와 선명한 물성이 조각 표현에 최적으로 적용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초기의 작품 주제가 ‘물질을 비물질화하고 싶은 정신적 탐구’였다면, 이번 전시는 오랫동안 원석의 내재적 특성을 연구하며, 원석 자체 자연적 질감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심한 결과물입니다. 원석이라는 물질로 환기되는 다소 평범한 결과물을 바라는 일반적 기대를 뛰어넘어 다양한 실험을 적용함으로써 새로운 작품 양식을 빚어내고 싶었습니다. 앞으로도 자연을 색다르게 인식하는 능력과 한계를 벗어난 새로움의 시도가 작가의 덕목이라 믿으며, 이전 것을 초월하면서 동시대의 아름다움도 구현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투명한 원석은 빛을 자유롭게 투사하는 시각적 개방감을 갖고 있다. 외적 표피만이 아닌 내적 실재까지 그대로 드러내는 재료의 속성이 순수하다. 나의 심리와 정신이 직접적으로 작품에 투영되므로 당시의 사유, 행동, 감정 등 내가 인식하는 모든 것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감출 수 없는 솔직성과 엄중함을 지닌다. 민감한 재료인 원석의 고유성을 파악하고 이해하는 과정은 무엇보다도 표현의 적합성, 깊이감, 중량감, 빛의 적절한 반사 효과의 역할에 유의하는 일 등 호흡이 묻어나 듯 섬세한 접근을 요구하는 지난한 작업이다. 그러기에 원석이란 물질과 정신적, 심리적 갈등과의 긴장감 속에서 무엇보다도 무릇 내 마음을 지키는 것이 관건이다.

'The Jar of tears'와 'Flowing'는 유기적으로 때로는 역동적으로 응축되고 확장되는 물의 형상을 단순하고 절제된 기하학적 형태 안에 조각했다. 이 작품은 금속의 프레임과 연동하여 더욱 강한 느낌을 발휘한다. 여기에 빛과의 만남으로 생겨나는 빛의 산란 효과는 지금 원석 안에 눈물이 담겨지고 있는 듯한, 물이 흐르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는 재료의 물성을 초월하고 감성적으로 접근하여 작품에 생동감을 연출하고 싶은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빛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성(聖) 어거스틴(S. T. Augustine)이 “생명이 빛과 함께 시작되며 빛에 의해 유지된다.”고 하였듯, 작품에서도 빛은 형체를 인식하게 하고 색과 표정을 주며 결정적으로 생기를 부여한다.

석 컷팅에서 면은 기본적인 조형 요소이다. 면과 면들이 만나 보석이란 형태를 이루고, 서로 반사되어 면들의 중첩효과를 시각적으로 체험하게 한다. ‘心碑’는 자유롭게 연마된 원석의 면 위에 선이란 조형 요소를 대입한 작업이다. 면에 새겨진 선은 면의 깊이감을 더욱 인식하게 하고, 면과 선들이 서로 부유하는 듯, 보다 풍요로운 시각적 효과를 가능하게 한다. 또한 감상자의 시점에 따라 유동적으로 움직이는 효과를 갖고 있어 의외의 입체감을 탄생시킨다. 

‌보석 연마란 투명한 원석 속에 빛을 담아내는 작업이라 정의할 수 있다. 이는 만드는 이에게 예측 불가능한 빛의 유희를 체험케 하는 기쁨을 선사하고, 빛에 대한 근원적 감정을 회복시키게 한다. 그동안 작품과 함께 보낸 여정을 잠시 접으며, 이번 전시가 나와 작품의 관계를 넘어 감상자와 교감하며 소통할 수 있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

 함축적이고 미세한 변형이 주는 긴장감, 김연경 장신구전

 가나아트 스페이스 1F 전시장 | 2006. 4. 19 ∼ 25

20세기 중반부터 유럽의 연마사들은 커팅과 조각이라는 일반적인 보석 가공의 형태를 벗어나 인간의 예술적 조형 의지를 보석에 불어넣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독일의 보석 가공 수업도 이전의 한정된 형태를 가공하는 것이 아닌 천연석에 내재된 고유한 성질을 바로 알고 그 창조 가능성을 실험하는 것으로 변했다.
금속이란 물성에 길들여진 작가에게 이 천연석의 가공은 전혀 새로운 세계였고, 잿빛 세상에의 일탈이자 새로움에 대한 갈망을 채워줄 수 있는 청량제이기도 했다. 한마디로 천연석과 만남은 개인적으로 인생의 새로운 도전이었다. 원석 가공에 대한 끊임없는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김연경은 보석디자인계의 피카소라는 명성 하나만 듣고 Bernd Munsteiner를 직접 찾아가 가르침을 받았다. Bernd Munsteiner는 이전과 다른 새로운 시각으로 보석을 가공, 일반적 커팅 형식을 뛰어넘는 독보적인 Munsteiner Cut을 창조한 보석디자인 역사에 새로운 장을 연 대가로 김연경은 그에게 실습은 물론 석사 졸업 작품의 지도까지 받은 것을 인생 최대의 영광이라고 말한다.
이번 전시에서 김연경은 작업에 있어서 항상 피동적이던 작가가 능동적으로 변할 수 있는 계기가 된 원석가공에 대한 확신, 그를 움직였던 힘, 그 에너지를 표현하고 자 한다. 그는 원석 작품의 첫 번째 주제인 변형을 에너지에 대한 표현으로서 어떤 내적인 힘이나 외적인 힘에 의한 휘어짐, 접혀짐, 비틀어짐, 눌려짐, 당겨짐, 기울어짐으로 연상했다. 이는 평면의 기하학적 형태에서 공간적인 기하학적 형태로의 변형이고 정지된 상태가 아닌, 존재감을 느낄 수 있는 생동하는 상태이다. 이와 같은 변형을 표현하기 위해서 중심의 이동과 강조하고자 한 곳의 변화를 통해 시각적인 움직임을 다양한 형태로 나타내려고 했다. 이는 천연보석에 내재되어 있는 다양한 조형의 가능성을 보여줌과 동시에 작가의 내면, 생각, 손끝 그리고 주변 상황의 요구에 따라 끝없이 변화할 수 있는 천연보석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고자 한다.  또한 크고 과격한 변형이 아닌 보다 함축적이고 미세한 변형으로 그로 인한 긴장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원석 작품의 두 번째 주제인 투영성은 김연경을 비롯한 대부분의 연마사들의 작업에 있어서 원천적인 요소라고 해도 될 만큼 다양하고 중요하게 다루어져 왔다. 원석의 시각적 특징인 반사는 작품에 아이디어와 형태부여는 물론 조형성에도 많은 영향을 끼칠 만큼 작품 곳곳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보석에 반사 법칙을 이용해 각을 주어 생긴 시각적 효과는 그 깊이를 잴 수 없을 만큼 무한하다. 작가는 어린 시절 한참을 뚫어지게 바라보던 유리 구슬 속의 환상적인 세계를 원석의 투명한 특징을 이용해 표현하고자 한다. 동시에 금속 망 작업 또한 투영성에 대한 또 다른 접근으로 이를 통해 무겁지 않고 가벼운 세상, 뭉쳐져 있는 단결된 세상을 의미한다. 얽히고 설킨 것, 잡을 수 없는 것, 금방 사라지는 것, 때로는 자유롭지 못하고 묶여 있는 것과 같은 요소가 내포된 모습으로 이런 요소들이 응축되어 있는 형상을 상상력을 동원해 하나하나 푼 다음, 다시 연결 작업을 통해 물리적 질량을 갖는 실체로 망을 만드는 이번 작업은 상상 속에 있던 새로운 형태를 재발견하는 하나의 과제였다.작가는 이번 전시가 보여주는 것에 급급한, 아직은 미흡하고 어설픈 상태라고 겸손해하면서 보다 발전된 미래를 위한 피할 수 없는 과정으로 생각하며 자기 성찰의 계기로 삼겠다고 말하면서 무뎌진 감성을 예민하게 갈고 닦다보면 언젠가는 보다 성숙한 그런 작품을 만들 수 있으리라고 다짐한다.

전시프리뷰 / Monthly publication ‘Crart’ (preview exhibition), pg. 38, 39, Korea 

Selected Exhibitions
2021
Cheongju Craft Biennale, Tools for Conviviality, Culture Factory, Cheongju  (Korea)
2021
Metalwork & Jewelry Award of the Year Exhibition, Yoolizzy Craft Museum, Seoul  (Korea)
2020
Craft Trend Fair 2020, Coex, Seoul  (Korea)
2020
Korean contemporary jewelry chronicle 100 Brooches, Space of Art Sueño 339, Seoul  (Korea)
2020
Sulra-gil, Be Art Festival, Seoul Jewelry Industry Support Center, Seoul  (Korea)
2019
Changed the Moment, Lio Gallery  (Korea)
2019
2019 An'C 100/100, Hyundai Department Store, Seoul  (Korea)
2018
2018 with artfair SongDo, Songdo Convensia  (Korea)
2018
Shanghai World Jewelry Expo 2018, Shanghai World Expo Exhibition & Convention   Center  (China)
2018
2018 Shenzhen International Jewellery Fair, Shenzhen Convention & Exhibition Centre  (China)
2018
The Power of [Extra]ordinary, KCDF  (Korea)
2018
Indie Brand Fair, Setec  (Korea)
2017
Indie Brand Fair, Setec  (Korea)
2016
Korea Fashion & Art Fair, Hyundai Department Store, Seoul  (Korea)
2015
‌Korea Now! - Craft, Fashion and Graphic Design in Korea, Musée des Arts Décoratifs, Paris  (France)
2015
An'C 4 crafts 5th Art Fair 2015H ; 100 Artist Limited Edition  (Korea)
2015
Art Jewelry Sculpture Show, Gallery MOA  (Korea)

2015
5th An'C 4Crafts Art Fair 2015 "100 Artist Limited edition", Hyundai Department Store (Korea)
2014
Mineral Art „between layers – worlds within agate“ Staatlichen Antikensammlung, Edelstein Museum in Idar-Oberstein, Munich, Idar-Oberstein  (Germany)
2013
Craft Trend Fair 2013, Coex  (Korea)
2013
2013 Studio Jewelry, Gallery Ahwon  (Korea)
2013
Boutoroch's exhibition 2013, Insa Art center  (Korea)
2013
Ornament and Illusion - Spectrum of Contemporary Jewelry,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Korea)
2013
Seoul International Jewelry Art Fair “The Tertiary Deposits”, Hongik Museum of art (Korea)
2013
Rings to be with, Gallery Ahwon  (Korea)
2013
Internationale Handwerksmesse  “Schmuck 2013” Munich (Germany), Gallery of Art in Legnica, (Poland)
2012
2th An'C 4 Crafts Art Fair 2012, Hyundai Department Store  (Korea)
2011
Craft Dream 2011 Body and Ornament, The Chiwoo Craft Museum  (Korea)
2010
Elegant void, Gallery Ewoo  (Korea)
2009
Korean jeweler's exhibition, Gallery C.A.J., Kyoto  (Japan)
2008
Korea Metal Art & Jewelry Design Today, Korean Cultural Center Los Angeles  (USA)
2008
New-Vision, Gallery Gac  (Korea)
2007
ITAMI International Craft Exhibition 2007, The Museum of Arts & Crafts-ITAMI  (Japan)
2007
Craft Dream 2007, The Chiwoo Craft Museum  (Korea)
2007
2th A Feast of Gemstones, Sono Factory  (Korea)
2006
A Feast of Gemstones, Sono Factory  (Korea)
2006
The Modern Waves of Jewellers, Gallery Gac  (Korea)
2006
36th German Award for Jewellery and Precious   Stones Idar-Oberstein 2005, Germany, Goldschmiedeschule mit Uhrmacherschule   Pforzheim  (Germany)
2005
3th  Friedrich Becker Prize, Goethe-Museum in Duesseldorf  (Germany)
2004
14th Silvertriennal 2004, Hanau, Solingen, Chemnitz, Goettingen  (Germany),  Kolding  (Denmark), Schoonhoven  (Holland),       Antwerpen (Belgien)
2004
Mineral ART, Kreissparkasse Birkenfeld Idar-Obertsein  (Germany)
2004
International Jewelry Competition  “Eine Hand Voll Glasperlen", Museum der Weltkulturen Frankfurt am Main (Germany)
2004
Minimal Rings, St. Petersburg Gallery (USA), Bellagio Gallery,  Asheville, North Carolina (USA)
2004
100 Ringe, Schmuckmuseum Pforzheim (Germany), Sofie Lachaert in Tielrode (Belgien), Galerie Ra, Kunstrai in Amsterdam (Holland)
2003
14. Feines Kunsthandwerk in der Messe  Sinsheim,“Creationen-Ausstellung”, Sinsheim  (Germany)
2002
Internationale Fachmesse fuer Schmuck,  Inhorgenta 2002, Munich  (Germany)
2002
Internationale Handwerksmesse, Talent 2002, Munich  (Germany)

  ‌3차 광상  The Tertiary Deposits  김연경 보석디자인  
                                                               
  서울국제장신구아트페어 2013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홍문관2층  제2전시실 / 부스 C-4 2013. 5.1 – 5.5                                 

 인간은 자연에서 원석을 발견한 이후 연마를 통해 보석이나 조각을 만들어왔다. 투명한 돌은 마법과 제식의 의미로, 보석은 권력과 부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졌다. 원석은 4, 6, 8, 12면체 등 기하학 형상의 결정(Crystal)과 일정한 외형이 없는 비결정질(Non-Crystalline)로 나뉜다. 보석 커팅은 먼 고대로부터 시작됐지만 르네상스에서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 초기 르네상스에는 선원근법과 함께 플라톤의 입체(정 4, 6, 8, 12, 20의 정다면체)가 발달했고, 정다면체는 이상적인 보석 커팅으로 간주되었다. 특히 8면체와 12면체로 이루어진 결정구조를 자연의 모습 그대로 연마하면서 자연스럽게 보석 커팅의 역사가 시작됐다.  
 17세기 말 베네치아의 V. 페르지에 의해 발명된 브릴리언트 컷(Brilliant Cut)은 다이아몬드의 광채를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고전적인 컷으로 오늘날까지도 만연히 사용되고 있다. 이는 커팅의 근본 원리가 거의 변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하지만 1960년대 포스트모던과 탈물질주의의 영향으로 현대 장신구의 개념이 새롭게 구축되면서 보석에 대한 장신구 작가들의 시선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너무 정확하고 완벽한 대칭의 브릴리언트 컷이 아름다움의 개념을 강요한다고 생각한 몇몇 작가들은 보석 커팅의 진원적 변화의 필요성을 느꼈다. 원석을 작품의 소재로만 보지 않고 직접 대면하여 원석 자체의 창조적 잠재력을 발견하려고 시도한 것이다. 오랫동안 표준이 되어왔던 브릴리언트 컷을 거부한 것은 수세기 동안 지속된 관행으로부터의 분리를 뜻했다. 이는 과거를 구시대적 유물로 치부한 것이 아니라 전통적인 기초 작업 위에 원석 결정의 내부공간을 시각화하는 본질적인 차이를 보여준다.  

 현대의 작가들은 시장가치에 의해 정해진 보석의 상업적 평가기준인 중량, 컬러, 무결점의 깨끗함, 연마, 희귀성 등의 기준을 넘어 결정의 자연색채, 내포물, 결정 구조상의 결점으로 남은 흔적 등 결정 형태에 집중했다. 전통적으로는 불순물로 여기던 표면의 균열 같은 광물의 자연적 형태 또한 살아있는 소재가 되기도 했다. 50여년 현대 장신구 역사에서 독일 작가 Bernd Munsteiner를 주축으로 한 유럽과 미국의 몇몇 작가들에 의해 현대적인 보석 오브제 또는 보석 장신구 장르는 차츰 체계화되었고, 미학적 개념을 구축하면서 현대예술에 통합되기에 이르렀다.  

 이상의 흐름에 영향을 받은 본 작가는 컷에 따라 일정 공식을 토대로 연마된 정형화된 보석 디자인이 아닌, 원석 자체를 직접 디자인하고 연마하여 본질적인 차이를 보일 수 있는 새로운 보석 형상을 추구하고자 하였다.  

 보석 커팅에서 면은 기본적인 조형 요소이며, 면과 면이 만나 서로 반사되어 보석의 형태를 이룬다. 그러나 이번 전시는 “자연에는 직선은 없다”는 괴테의 자연론을 모토로 하여 ‘면이 곡면이라면 어떨까?’라는 상상에서 시작하였다. 전체적인 형상을 부정형의 곡면으로 재해석했고, 원석 외부의 자연스런 형태를 따라 자유롭게 연마하여 유기적 형상을 추구하였다. 리드미컬한 곡면의 형상은 긴장감을 주면서도 잔잔한 곡선으로 이루어진 부분은 안정감을 느끼게 한다. 양각, 음각의 곡면으로 이루어진 원석 안에서 벌어지는 반사와 굴절은 관람객에게 새로운 상상의 공간을 제공한다.  

 ‘The Tertiary Deposits(3차 광상)’전을 시작으로 이미 정답이 있는 일반적인 이야기보다는 또 다른 보석미학 세계에 대한 새로운 담론이 형성되길 기대하며, 관람객과 교감하고 소통할 수 있기를 바란다.   ‌

Publications
2013
Goldschmiede Zeitung pg. 116 (Germany)
2011
Lapidary Journal Jewelry Artist, Jan./Feb. pg. 32 (USA)
2010
Lark Studio Series: Pendants, Lark Crafts, pg. 158 (USA)
2010
The Workbench Guide to Jewelry Techniques, Thames & Hudson, pg. 250 (UK)
2010
“... et cetera pp.": oder wie man damit anfängt kleine Dinge zu tun, Pro Business, pg. 107 (Germany)
2008
The Compendium Finale of Contemorary Jewellers 2008, Darling Publications, pg. 1065 (Germany)
2008
Adorn: New Jewellery Amanda Mansell, Laurence King Publishers, pg. 82, 118, 182 (UK)
2008
'500 Pendants &Lockets', Lark Books, pg. 86, 295 (USA)
2007
'500 Metal Vessels', Lark Books, pg. 174, 376 (USA)
2006
Metalwork & Jewelry Making, Misul Munhwa, pg. 192 (Korea)
2006
KBS2 ‘News Time’ , 2006. 04. 24  broadcasting (Korea)
2006
Monthly publication ‘Crart’ (preview exhibition), pg. 38, 39 (Korea)
2005
'500 Bracelets', Lark Books, pg. 41, 165, 401 (USA)
2004
'1000 Rings', Lark Books, pg. 328 (USA)
2003
'Minimal Rings' ,Arch Gregory, pg. 150 (USA)
2002
GZ ART+DESIGN, International Jewelry Magazine, Title (Germany)
‌Museum Collection
‌Iksan Jewelry Museum (Korea)